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정보

by 오늘이정보 2023. 10. 20.
반응형

정보

정보는 어떤 사물이나 사태에 대한 정황을 반영하고 있다. 정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기술적인 차원에서 정보는 잡음이 배제된 메시지의 신호이지만 의미론의 차원에서는 대상이 표출하고 인간이 의도하는 목적과 방법을 담기도 한다. 컴퓨터의 발명과 정보처리 기술의 발달을 통해 정보는 조정과 통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정보는 사물과 인간 간의 직접적 관계를 거세하고 사물을 기호화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기호의 힘을 더욱 확장하였지만 그것은 동시에 감시와 통제의 문도 열어 놓았다.

1. 정보에 대한 다양한 정의

정보는 데이터들의 결합과 분석으로 만들어진다. 정보는 어떤 사물이나 사태에 대한 정황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수학자이자 공학자인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은 '커뮤니케이션의 수학적 이론(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에서 "정보란 잡음(noise)이 배제된 메시지 신호(signal)"로 보았다. 그는 신호의 입력이 출력되어 나오는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여 원래 투입한 신호가 그대로 전송되는 과정과 그에 필요한 조건을 연구하였다. 입력 신호가 잡음 없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중간 전송 과정에 피드백이 필요하다. 정보에 대한 기술적 정의에서는 잡음 없는 전송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정보는 다름을 만드는 모든 차이’라 주장한 그레고리 뱃슨(Gregory Bateson, 1904~1980)ⓒ 커뮤니케이션북스

한편 그레고리 뱃슨(Gregory Bateson)은 "다름을 만드는 모든 차이가 정보다"라고 정의했다. 이것은 정보를 잡음 없이 전달하는 섀넌의 정보공학적 전달 형식과는 달리 내용과 관련된 의미론적 규정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모두 정보다. 다른 사람과 차이를 드러내 보이니까 내 얼굴이나 목소리도 정보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와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뱃슨의 정보에 대한 정의다. 섀넌의 정보가 기술적인 정의라면 뱃슨의 이런 정의는 의미론적인 정의다.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는 정보를 (1) 어떤 대상에 대한 정보(Information about something) (2) 대상으로서 정보(Information as something) (3) 대상을 위한 정보(Information for something) (4) 대상 안에 있는 정보(Information in something)로 분류하였다. 대상에 대한 정보는 기차 시간표처럼 어떤 대상에 관한 정보다. 무엇으로서의 정보는 DNA나 지문처럼 그 대상의 특성과 속성을 보여 주는 정보다. 속성 정보는 대상의 바깥이 아니라 안쪽을 펼쳐 보이는 정보로서 그 대상이 무엇인가에 관한 정보다. 그다음으로 무엇을 위한 정보, 곧 목적성 정보를 꼽을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정한 알고리즘은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지시를 담고 있다. '3시에 밥을 먹어라', '60점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만 골라내라' 등은 무엇을 위한 정보다. 마지막으로 대상 안에 들어 있는 정보가 있다. 무엇 안에 있는 정보는 어떠한 형태나 패턴을 말한다.

2. 정보와 통제 : 사이버네틱스

정보사회는 통제 기술의 발전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컴퓨터를 매개로 형성되는 새로운 현상을 가리키는 '사이버(cyber)'라는 단어의 그리스어 어원은 'kubermetes' 인데 이는 '키를 조정하는 키잡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대 컴퓨팅의 원조 격인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는 기능적인 과정을 통제하여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기술 및 체제를 의미한다. 사이버네틱스는 정보와 데이터를 조정 통제해서 원래 원하는 자신의 의도대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성장하였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키를 잘 조정해야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키를 잘 조정하여 항해하는 배처럼 사이버네틱스는 조정과 통제를 통해 목표점에 도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은 이러한 조종과 통제를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컴퓨터라는 기계를 고안하였다. 노이만식 컴퓨터는 입력 후 중앙처리장치를 거쳐 메모리의 명령을 받고 그것을 중앙처리장치가 수행하면 그 결과를 출력하는 아키텍처를 갖고 있다.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는 사이버네틱스를 개척한 사람인데 '되먹임(feedback)'에 의한 조정과 통제를 강조하였다. 사이버네틱스는 대공 방어 예측기나 미사일 자동 추적 장치 개발에서 출발한 개념인데 이후 사회나 유기체 자연에도 적용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사이버네틱스의 원조인 노버트 위너가 피드백 시스템을 이용한 원격 요격 장치를 개발했고, 섀넌이 잡음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연구했던 이유도 기능적인 과정을 통제하여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기술 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섀넌과 위너는 1950년대에 사이버네틱스의 기초를 놓았고 이를 통해 정보와 통제는 처음부터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었다. 이런 통제 기술이 특정한 내용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데 이르면 기술적 통제가 사회 문화 정치적인 통제로 연결된다.

인터넷의 초기 실험 작업을 지도했던 사람 중 하나인 심리학자 조지프 릭라이더(Joseph Licklider)는 컴퓨터와 인간의 '공생(symbiosis)'을 주장하였다. 릭라이더는 1960년대에 처음으로 "컴퓨터는 통신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내걸고 컴퓨터 네트워크를 기획했다. 바네바 부시(Vannevar Bush)는 1945년에 메멕스(Memex)라는 기계를 고안해서 다양한 정보를 서로 링크하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것은 1990년대 초반에 월드와이드웹을 고안한 팀 버너스-리(Tim Bernes-Lee)의 하이퍼텍스트 기본 개념과도 상통한다. 부시의 하이퍼텍스트 개념과 릭라이더의 컴퓨터 연결망은 인터넷으로 현실화되었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이 그렇게 탄생하였다.

3. 정보의 이중성

정보는 탈물질성과 탈육체성, 탈공간성이란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가상성과 간접성이란 양태가 나타난다. 이들 정보는 디지털 아카이브에 의해서 자동으로 저장된다. 한 번 자료가 저장되면 검열과 감시 통제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정보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19세기 전기의 발명은 사물과 정보의 분리를 완성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였다. 전기시대에 접어들어 사물을 동반하지 않는 순수 정보의 전달이 가능해졌다. 중력의 법칙 안에 있는 자연물이나 인공물과 달리 사물에서 분리된 정보는 빛의 속도로 전달되어 새로운 형태로 재현(representation)된다. 복제된 전기신호는 상대방의 수신기나 모니터에 소리나 영상을 나타나게 하여 사물의 옷을 빌리지 않고 기호로서 사물을 재현한다. 사물들은 이제 전기신호를 통해 만들어진 사물의 재현물로서 육체 없이 복원된다. 데이터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육체 없는 사물, 무게 없는 사물, 실체 없는 사물이 전기시대의 삶을 둘러싼 환경이자 조건이 된다. 육체와 결합하지 않는, 사물과 완전히 분리된 정보가 만들어 낸 세계, 그것이 버추얼 리얼리티, 사이버스페이스다.

물질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수 없지만 물질의 기호는 그곳에 저장할 수 있다. 물질은 실재이고 기호는 실재의 재현이다. 현전(presence)과 재현물(representation)의 차이다. 사물이 기호로 바뀔 때 사물은 무게와 저항을 거세당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호의 조합은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신에 무게와 힘을 갖지 못한다. '기호의 힘(power of sign)'이 '사물의 힘(thing force)'을 대체한다. 그 기호의 조합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감동을 주고 재미를 줄지라도 그것은 스스로 존재하는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기호의 조합은 전기 신호로 바뀌어 인간의 감각에 전달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미디어를 통해서만 잠시 재현 형태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기호는 철저하게 상대를 생각하여 미리 만들어진 재현물이고 상대의 반응을 수단-목적 관계로 예측하는 마케팅이다. 사물은 인간 없이 스스로 존재하고 때로 인간에 거스르는 힘을 갖지만 사물의 기호는 인간 없이 존재할 수 없고 항상 다른 인간에 의존한다. 이처럼 정보사회는 사물과 인간 간의 직접적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야생성(wildness, 인간이 몸을 통해 현실과 대면하는 관계의 직접성)'을 거세하고 사물을 기호화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기호의 힘을 더욱 확장하였지만 그것은 동시에 현실과 우리가 맺는 직접적인 관계를 멀게 만들고 감시와 통제의 문도 열어 놓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보 (디지털 데이터, 정보, 지식, 2013. 2. 25., 백욱인)

반응형